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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각

함정에 빠져버린 생각 무슨 뜻일까

by 하온파파 2017. 9. 7.

당신의 생각은 함정에 빠졌다

여러 해 전, 드라마 <다운튼 애비Downton Abbey>(1차 세계대전 직전의 영국을 배경으로 해서 한 귀족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국 드라마 — 옮긴이)에 나왔던 한 장면을 설명하려고 한다. 근엄하고 존경받는 선장이 영국 군함의 브리지에 서서 일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선장이 저녁을 먹으려고 이동을 하려던 중 전방을 살피던 사병이 고함을 질렀다. 

“선장님, 전방에 불빛입니다! 2마일(약 3.2킬로미터) 앞입니다!”

그러자 선장이 돌아서서 이렇게 물었다. 

“그 불빛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가, 아니면 움직이는가?”

그 불빛의 존재는 며칠 전에도 레이다에 포착되었던 것이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선장은 무뚝뚝하게 지시했다. 

“그럼 그 배에 신호를 보내. ‘너희는 우리와 충돌하는 경로에 있으니까 진로를 20도로 수정해라’라고.” 

이 메시지를 보내자 그 불빛의 존재가 곧바로 답신을 보내왔다. 

“그쪽이 진로를 20도 수정할 것을 권고합니다.”

선장은 권위를 무시당한 것만 같아서 모욕감을 느꼈다. 그것도 이등 수병이 지켜보는 데서 말이다. 

“메시지를 다시 보내. ‘우리는 영국 군함 디파이언트호이고, 드레드노트 급dreadnought class의 35,000톤 전함이다(드레드노트는 거포만을 탑재함으로써 이전의 전함과는 구별되었다 — 옮긴이). 진로를 20도 수정해라’라고.” 

그러자 다시 답신이 왔다. 

“존경하는 선장님! 저는 상등 수병 오라일리입니다.

지금 당장 그 배의 진로를 바꾸십시오.”

그러자 선장은 얼굴이 시뻘개져서 고함을 질렀다. 

“우리는 윌리엄 애트킨슨-윌리즈 제독의 기함이다! 너희 진로를 20도 바꾸라고!” 

그러자 저쪽 불빛의 오라일리 수병이 잠깐 동안 말이 없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등대입니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갈림길을 앞에 두고 섰을 때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그리고 그 길 저 너머에는 또 어떤 길이 놓여 있을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암초투성이의 인간관계를 미리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등대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또 직업이나 인생과 관련해서 우리가 추진하는 계획을 침몰시킬 수 있는 수면 아래의 위협을 살피는 감시병이나 레이다도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감정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공포, 불안, 즐거움, 환희 등과 같은 감정 말이다. 이 감정이라는 것은 우리가 인생의 복잡한 해류를 헤치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진화한 신경화학 체계neurochemical system이다. 

분별력을 잃어버린 맹목적인 분노에서부터 순진하고 진실한 사랑에 이르는 온갖 감정은 사실 외부 세상이 보낸 중요한 신호들에 대해 우리의 신체가 대응하는 즉각적인 신체적 반응이다. 어떤 사람의 감각이 어떤 정보(위험하다는 신호, 연애 감정의 힌트, 다른 사람이 나를 받아들이는지 혹은 배척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단서 등)를 습득하면, 이 사람은 그 메시지에 맞춰서 자기 자신을 신체적으로 조정한다. 예를 들어 맥박이 평소보다 빨라질 수도 있고 느려질 수도 있으며, 근육이 긴장할 수도 있고 이완할 수도 있으며, 위협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신뢰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평온함으로 따뜻하게 녹아들 수도 있다.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이런 ‘구체적인’ 반응들은 내면의 상태와 외부의 행동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가장 적합하게 적응하도록 만들어주는데, 이것은 우리가 위험을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수병 오라일리의 등대와 마찬가지로, 수백 년 세월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달해온 우리 인간의 선천적인 유도 체계guidance system는, 전함의 선장처럼 맞서서 싸우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엄청나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늘 믿을 만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신의 감정을 이른바 ‘자동운항 장치’에 맡겨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상황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자기가 의도하는 내용과는 무관하게 외부 신호에 반응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감정을 유지하는 데, 또는 그 감정을 억누르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도 한다. 지금 자신이 좋게 바라봐야 버릇없는 어린아이처럼 구는 것이고, 나쁘게 바라보면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닫고 있더라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느끼는 이런저런 감정들(특히 분노나 수치심이나 불안과 같은 감정들)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외부의 실제 세상에서 들어오는 신호들에 대한 반응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무뎌지며, 결국에는 자신이 가려고 하는 방향을 잃은 채 자신이 꿈꾸던 인생의 항로에서 벗어나고 만다.

나는 심리학자이자 기업의 임직원을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감정 및 감정과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이 책을 쓰면서 내가 바라는 목표는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자기감정에 대해서 보다 더 많이 알고 그 감정들을 편하게 수용하는 법을 익히도록 돕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감정의 민첩성을 강화함으로써 일뿐만 아니라 일 외적인 면에서도 활기찬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연구한 온갖 도구들과 기술들을 다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감정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사람이 결코 잘못된 말을 하지도 않고 또 수치심, 죄의식, 분노, 불안 혹은 불안정 등의 감정들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는 완벽한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다. 완벽하려고 애를 쓴다면 좌절과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다. 다만 그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고 조절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감정이라 하더라도 그 감정과 적정선에서 타협을 하고, 자기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들 속에서 즐거움을 누릴 능력을 키우고, 자기가 성취한 목표를 달성하며, 인생을 풍성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그렇게 감정을 활용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 책이 독자에게 진정한 행동 변화의 로드맵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들에서도 에너지를 얻으며 창의성과 통찰의 원천으로 삼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행동방식을 배울 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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