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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각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by 하온파파 2017. 4. 4.

장 뤽 낭시는 프랑스 몽퇴뢰유 연극센터에서 여섯 살에서 열두 살까지의 남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을 주제로 하여 종교, 철학, 사랑, 예술에 대한 강의를 했는데요. 그의 저서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 은 그 강의 내용을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아름다움에 관한 5가지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장 뤽 낭시 (= Jean Luc Nancy, 출처 위키디피아)

① 아름다움이 일시적인 것인가요?

     아름다운 질문입니다. 저는 물질적으로는 아름다움은 일시적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풍경이나 비온 후의 하늘의 무지개를 상상해 보세요. 곧바로 사라져 버리지요. 하지만 아름다움은 순간적이면서 동시에 영원합니다. 

조르주 쇠라, 무지개 'Rainbow', 1883 (=Georges Pierre Seurat 'Rainbow')

     그 찰나를 포착하고 싶어 하는 화가는 단지 그것을 재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에게 아름다움이라는 신호를 느끼게 하는 무엇인가를 포착하려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화가가 화폭 위에 그려 넣으려는 것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보존한다 하더라도 그 화폭은 결국 훼손돼 버리기 때문에 영원한 것은 화폭이 아니지요.

     '영원함'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간에서 벗어난 것을 일컫습니다.

② 아름다운 사물이나 사람을 보았을 때,

우리가 최초로 본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은 문제의 순서가 뒤바뀌어서 조금 이상하네요. 우리가 아름다운 사람이나 사물을 발견했다면, 우리는 이미 그것을 '본 것'이죠. 저는 우리가 개별적으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말이 그것을 전체로 보아야 한다는 의미 또한 아닙니다. 왜냐하면 전체는 우리가 보는 것 이상의 어떤 느낌을 주는 특징을 제거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마릴린 먼로 (Corpus Christi Caller-Times page 20, Newspapers.com)

     어떤 사람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누군가가 예쁘다고 생각한다면, 저는 그 사람에게서 내 취향에 부합하는 세부적인 것을 발견한 것이지요. 그것이 머릿결이나 드레스 같은 것일 수도 있고요.

     사람들은 가끔 예쁜 것과 아름다운 것은 동일한 의미가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아무개가 예쁘다고 말했는데, 다른 사람은, 그 사람에 대해예쁘지는 않은데 아름답다고 대답합니다. 우리 모두는 예쁜 것에서 아름다운 것으로 옮겨갔다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그다지 예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란 그저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자가 아닙니다.(모델, 연예인 등) 그 사람에게 즐거움을 찾으려고 하면 할 수록,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기회가 적어질지도 모릅니다. 자신과 우리 모두를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위해, 그리고 진실이라고 부를 가치를 위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그 사람은 더욱더 아름답게 보일 것입니다.

③ 모든 것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나요?

     그렇습니다. 제가 너무 섣불리 대답한 것 같은데요, 전적으로 장담할 수는 없답니다. 하지만 당신이 보고 있는 공간에서 덜 아름다운 것들을 한 번 찾아봅시다. 가령 당신 앞에 놓인 물병은 덜 아름답죠. 그렇지만 반대로 저는 마치 예술가들이 하는 것처럼 이 물병에 아름다움에 상응하는 어떤 제스처를 취할 수는 있습니다.


피카소 작품 (= Jug, candle and enamel pan, 1945 - Pablo Picasso)

     예를 들어 사진이나 회화로 표현할 수도 있고, 또한 물감을 타서 채운 병들로 설치작업을 할 수도 있죠. 그렇다면 그것으로부터 아름다움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물의 차원이 아닌 영역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회화는 물감이 칠해진 화폭입니다만, 그것을 예술작품이게 만드는 건 그것이 사물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죠. 그것이 바로 '예술'입니다.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예술은 바로 아름다움을 소유하고 있는 인간의 행위입니다.

④ 내면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나요?

     내면의 아름다움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움은 반드시 지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즉 볼 수 있거나 들을 수 있거나). 방금 전에 아름다운 사람에 대해 말한 것을 여러분의 표현 방식으로 다시 말해 보겠습니다. 어떤 예쁜 사람에 대해서 그 사람의 내면이 예쁘다고 말할 근거가 저에게는 없습니다. 그 사람의 내면에 신경 쓸 생각도 없지요. 아주 이상한 일인데요, 제가 어떤 예쁜 사람의 내면을 생각할 때는 바로 그 사람의 해부나 골격, 기관들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미녀와 야수 2017 

     사랑에 관한 강연에서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흄을 인용하자면, 한 사람의 아름다움은 겉모습과 관계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욕망한다는 감정의 결과입니다. 그 사람에게 그 자체로 말을 걸어오는 그 욕망 속에서는, 즉 그 사람은 완전히 신비롭고 대체불가능하다는 그 욕망 속에서는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언제나 전적으로 미결 처분되어 남겨질 그 사람에게 나를 바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그래서 『고수머리 리케』, 『미녀와 야수』 같은 몇몇 동화들이 이러한 사랑의 관계를 잘 보여줍니다. 야수는 흉측하고, 괴물 같지만 그의 추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미녀에게 사랑받는 순간, 야수는 멋진 왕자로 변신하죠.

⑤ 우리는 아름다움 없이 살 수 있을까요?

     물론 살 수 있습니다. 다만 지루한 삶이 되겠죠. 그렇지만 저는 사람이 아름다움 없이 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모든 사람이 예술작품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술작품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지요. 

     그러나,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유일한 사실로 인해, 모든 사람이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견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언제나 주의를 기울이지는 못하지만, '이것은 아름답다'는 '예쁘다'와 같지 않음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아름다움 없이 사는 삶이란 때로는 우리의 삶처럼 직접적인 요구들과 필요의 역할로서만 산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겠지요. 그런 느낌이 완전히 소리 없이 다가오더라도 무언가를 느낄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영화를 보거나, 어떤 전시를 찾는다면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에 관련된 무엇인가가 관통한다는 것이지요.

철학에 있어 과거에도 현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네 개의 주제인 '신', '정의', '사랑', '아름다움'에 대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 책입니다. 올바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지도와 나침반이 아닌 자신의 몫입니다. 이 책은 지도와 나침반을 자신이 올바르게 볼 수 있는 사고를 넓혀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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